제목 : 오즈의 의류수거함
저자 : 유영민
출판사 : 자음과 모음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나니 비슷한 책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에 의해 읽게 되었다.
도로시가 옷을 훔치기(?) 시작하면서 한 명씩 사람을 만나게 된다.
프롤로그에도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은 의류수거함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신한다.
의류수거함이 아니라,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임을
나미야잡화점에서 잡화점이 했던 일,
불편한 편의점에서 편의점이 했던 일,
오즈의 의류수거함에서 의류수거함이 했던 일
모두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일이다.
도로시가 195번에서 문제를 낸다.
‘의류 수거함의 진정한 의미는?’
정답을 맞추지 못한 195에게 도로시가 한 말은
‘나눔’ 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의류수거함의 진정한 의미는
‘관계’
이다.
특히나 이 소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의류수거함 털기는 낮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부득불 자정이 지난 새벽 시간대에 이루어진다.
이 대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여고생은 만나게 된다.
공원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노숙자,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탈북인,
폐지를 줍는 할머니,
장물인 옷을 처리해주는 하우스 이모,
아들을 잃은 슬픔을 폭식으로 달래는 ‘숲’ 의 마마,
그리고 자살을 준비하는 195번의 남학생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밤시간대에 활동하지 않았다면,
보통의 여고생이 만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것이 의류수거함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시간조차
고요하게 홀로 보내는 밤 시간에
밤하늘, 밤공기, 별, 달, 밤의 풀 냄새와 나무 냄새,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내 내면의 목소리
를 만난다는 도로시의 고백,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의류수거함, 정확히는 의류수거함을 털 수 있는 시간대,
그 시간대를 매끄럽게 연결시켜주는 매체가 의류수거함인듯 하다.
결국 이들이 모여 이뤄낸 아름다운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인다.
어떤 때는 남들과 다르게 힘들어 보이지만,
한발짝 뒤에서 보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도 특별함을 찾는다.
‘의류수거함’과 같은 평범한 매개체 없이도
나는 무엇을 통해 관계를 맺고 있나?
관계를 맺는 무엇인가가 없다면
의류수거함을 뒤져보는 일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불편한 편의점도 그렇고, 오즈의 의류수거함도 그렇고
노숙자들이 왜 이렇게 기품있고, 멋있게 나오는 건지…
노숙자 또는 딱히 하는 일이 없더라도 기본 상식과 학식이 높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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